의류경기 침몰, 봉제산업 고령화... 청년창업자들 만나보니 [청년창업]
의류경기 침몰, 봉제산업 고령화... 청년창업자들 만나보니 [청년창업]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1.30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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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회사에서 납품 관련 업무를 하다가 이번에 지원을 받아 디자이너 꿈을 이루게 됐어요. (나예솔 씨)"

"예전부터 디자이너로 일해왔지만 창업이 힘들었는데 지원을 받은 만큼 품질에 더 신경쓸 수 있어요. (홍은지 씨)"

DDP 패션몰 전경. [최종원 기자]
DDP 패션몰 전경. [최종원 기자]

동대문 상가는 국내 의류매출 17%, 수출 21%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의류 시장으로 꼽힌다.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라고도 불리는 상가 일대는 서울특별시 중구 광희동, 을지로 5~7가, 신당1동까지 이어져 있어 약 17만 평의 규모를 자랑한다. 

동대문 패션타운은 최신 유행 패션을 소매상들에게 공급하는 야간 도매시장과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청계천 등이 위치해 있어 전통시장의 모습과 현대적인 쇼핑몰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통한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성장, 전통 상인과 신규 상인 간의 갈등이 지속되며 점차 예전의 명성을 잃어갔다. 젊은 세대에게 장점을 어필하지 못한 동대문은, 가로수길이나 홍대 등지로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봉제산업 또한 사양산업이다. 봉제 공장에서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탓에 공장 종사자들의 평균 연령은 높은 편이다. 또 옷 가격은 몇 년간 동결 수준인데, 인건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하니 마진을 내기 힘든 구조이다. 의류 공장들이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DDP 패션몰 3층에 위치한 청년 점포. [최종원 기자]
DDP 패션몰 3층에 위치한 청년 점포. [최종원 기자]

문제 타개를 위해 서울시는 DDP 패션몰 안에 청년 창업 공간을 야심차게 마련했다. 서울시설공단 허수경 차장은 "연간 임대료를 서울시가 일부 지원해주며 청년들은 1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고 언급했다. 도매 창업 비용을 소매보다 줄이고, 청년들이 꿈을 펼칠 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팔고 싶어하는 청년들은 많은데, 구매를 원하는 소매상들과 접촉이 힘들고 기존 도매상들의 텃세도 심하다. 허 차장은 "자본금이 없는 청년들에게 도매상은 계륵과도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다.

동대문 도매시장은 보수적인 곳으로 손꼽힌다. 상가 주인들은 돈이 많아도 좀처럼 점포를 내주지 않는다. 거래도 그들만의 규칙에 의해 이뤄진다. 이렇게 보수적인 행태는 도매상-사입업자-소매상과의 커넥션이 한몫 했다. 

허 차장은 "기존 도매상들은 주요 거래처가 있지만 청년 스타트업들의 경우 네트워크 구축이 힘들다"며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청년들의 진입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청년들을 위해 서울시설공단에서는 판로 개척을 돕는다. 구체적으로 33개의 청년 점포를 내년 상반기까지 50개 점포로 확충하고, 지원 규모도 늘린다. 오는 12월에는 중국 징동닷컴과 제휴를 통해 판로 개척에 나선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만큼 점포 입점은 쉽지 않다. 서류심사를 합격한 뒤 면접 심사를 위해 여성 영 캐쥬얼 의류 시제품 5착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브랜드와 컨셉 등을 비롯한 생산 계획, 마케팅 전략 포트폴리오도 제출해야 한다. 패션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많다보니 경쟁률도 치열하다.

허 차장은 "기존의 상인들은 이미 지금의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며 "품질의 변화 추구가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청년창업 공간이 성공하면 이 사례를 기존 상인들에게도 홍보하여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10년 전에 큰 의류 기업에 '온라인 쇼핑몰을 키우라'고 조언하니 임원진들이 '소비자들이 옷을 안 입어 보고 온라인으로 사겠어요?'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더라구요. 지금은 어떻죠? 동대문이 완전히 죽었습니다. 해당 기업은 망했구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공식 석상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밝힌 일화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 낡은 유통 방식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허 차장은 "옷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DDP 패션몰 의류 보관 창고. [최종원 기자]
DDP 패션몰 의류 보관 창고.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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