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단 대표·기업 관계자·워킹맘이 말하는 '워라밸'
[인터뷰] 재단 대표·기업 관계자·워킹맘이 말하는 '워라밸'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1.2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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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를 제외하고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이런 오명을 벗고자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여 전(全)근무장에 '워라밸' 기조를 이끌어왔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가생활을 시작한 분들도, 가족과의 저녁 식사 시간이 늘어났다는 사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일하는 시간만 줄어 업무 강도가 더 높아졌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한 '일생활균형컨퍼런스' 토크콘서트 이후 임희수 일생활균형재단 상임이사, 국순당 배영희 감사, '워킹맘' 김아연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왼쪽부터) 임희수 일생활균형재단 상임이사, 배영희 국순당 감사, 김아연 '워킹맘' 기자.
(왼쪽부터) 임희수 일생활균형재단 상임이사, 배영희 국순당 감사, 김아연 '워킹맘' 기자.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워라밸' 문화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임희수 상임이사: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일생활균형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임희수입니다. 저희 재단의 설립자 분은 남성 중심의 제조업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재단에서는 기혼 여성의 일과 가정 간의 줄다리기를 벗어나 진정한 일·생활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문화 창출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량적인 노력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기업에게는 효율적인 인사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죠. 누군가에겐 일이 삶의 전부일수도 있죠. 일찍 퇴근해도 일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저희 재단에서는 개인이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배영희 감사: 저는 국순당에서 감사를 맡고 있는 배영희입니다. 국순당은 이번에 고용노동부 선정 '워라밸 우수기업' 대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는데요. 국순당에서는 금요일마다 '강제 퇴근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국순당 공장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통근 버스를 타지 못하면 집에 못가는데, 강제로 버스에 태워 귀가시킵니다. 그러니깐 금요일 야근은 절대 없습니다. 

또 효율적으로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고자 ‘130 회의’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회의는 무조건 1일 전에는 통보, 30분 이내에 끝내자'는 취지입니다. 몇몇 기업에서 활용 중인 '반반차 제도'도 도입하여 2시간씩 연차를 쓸 수 있도록 하고, 남성의 육아휴직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3년간 육아휴직하다가 온 남직원분도 있죠. 매년 연차 사용률을 높여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 노력 중이에요. 

김아연 기자: 저는 15년차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저는 국가에서 보장하는 정책들을 용감하게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내 복지 정책도 처음 쓸 때는 ‘용기내서 써야한다’는 말이 많거든요. 보통 워킹맘으로 살면 30대 초반에는 한번 쉬게 되는데, 이때는 인생 커리어에 굉장히 도움되는 실무적 경험을 많이 해야하는 시기에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부모가 됐다고 24시간이 늘어나지도 않은 상황이니 항상 시간에 쫓겨 살았어요. 직장에는 다른 사람이 일하고 있는데 아이 떄문에 정시퇴근을 하다보니 눈치 보이고, 야근을 하자니 아이에게 끼니 챙겨주기도 힘들었죠. 제 스스로도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다 보니 삶의 우선순위를 찾고자 했습니다. 아이가 5살이 지나면 손길이 덜 필요한 때가 오는데, 그때는 조금 방임하면서 일에 집중했어요.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갔는데 입학할 때 3주동안 휴가내는 것을 허락 받았어요. 언론계에서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좀 특이하죠.

 

Q. 근로자가 생각하는 워라밸, 기업에서 생각하는 워라밸이 다를 것 같습니다. 고충이 있다면?

임희수: 유연한 환경이 경영자 입장에서는 '직원들을 너무 놀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근로자 입장에서도 유연한 환경은 체계가 없어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실제로 '내가 어차피 일하러 왔는데 기업과 자신이 공동 성장하고 싶다'는 뜻을 가진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워라밸은 이래야 한다'고 판단하기 힘든 것 같아요. 기업과 근로자가 공동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윈윈할 수 있겠죠.

배영희: 국순당 공장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아름다운 횡성의 산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교통도 불편해요.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 해주고 싶어도 해주지 못하는 게 많아요. 실제로여가 프로그램을 사내에서 진행하면 참여율이 높지도 않고, 수평적인 언어를 쓰는 캠페인이 진행되어도 쑥쓰러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도 국순당이 워라밸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임원진이 솔선수범하여 '워라밸'을 전파시킨 점 같아요. 임원진 눈치 보느라 워라밸 못 누리는 그런 사태는 없어야 하니깐요. 아직 워라밸은 시간이라는 씨앗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단순히 시간만 주어진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방법도 중요하죠. 

김아연: 제가 기자로 복직후 5개월 만에 다시 육아휴직을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기억나요. “이제는 그만두나?” 사실 육아휴직을 두번 쓰고 돌아온 경우는 저희 신문사 에서 제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내가 그렇게 큰 결심을 했나?”라고 스스로 반문했어요. 실제로 회사에서 "너 육아휴직 얼마나 쓸거야?"라고 묻는 사람도 많았어요.

제 입장에서 커리어도 중요하기 때문에 임신하면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지금은 워킹맘들을 위한 책도 쓰고 강의도 다니는데 남자 육아휴직자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보고 있어요. 아이가 아플 때 엄마인 내가 퇴근하는 게 아니라 남편과 같이 전화해서 누가 퇴근할지 의논하는 거에요. 육아를 하다보면 불시의 상황도 있기 때문이죠. 회사에 묶어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잖아요.

 

Q. 일·생활균형 문제로 경영진이나, 근로자나 속머리를 앓기도 하는데요. 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아연: 워킹맘들과 최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떄마다 제가 하는 얘기가 있어요.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내 속도계만 보자' 남들 속도계만 보면서 내 속도는 왜 이럴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자기만의 속도계만 의식하는 거에요.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라고 하잖아요. 꼭 자신의 속도를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배영희: 경영자나 근로자나 결국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집의 ‘아이들’이잖아요. 기업에서 '일·생활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노력하는 경영진들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도 가족과의 시간을 바라니 근로자들도 그만큼 보장해주면 끝나는 거죠. 꾸준히 일·생활 균형을 신경써준다면 근로자들도 회사의 진심을 알고 좋은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임희수: 회사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 각자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는 다를 수 밖에 없죠. 여기에 대해 '옳지 않다'는 생각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굉장히 도움되는 것 같아요. 숲도 다양한 동물이 살아야 건강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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