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인공지능이 보호하는 개인정보, 침해하는 개인정보... AI 기술의 '명암'
[현장르포] 인공지능이 보호하는 개인정보, 침해하는 개인정보... AI 기술의 '명암'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1.2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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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하면 AI가 얼굴 인식을 통해 사전등록 여부를 파악한다. [최종원 기자]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하면 AI가 사전등록 여부를 파악한다. [최종원 기자]

“사전 등록하신 분은 옆에 보이는 기기에 얼굴을 인식시켜 주세요.”

AI 기술 동향 파악을 위해 코엑스를 방문한 기자가 해당 기기를 보고 흠칫 놀랐다. 기기에 얼굴을 들이대니 모니터에 기자의 (민감하지는 않은) 개인정보가 표출됐다. 

밀레니얼 세대의 기자는 최첨단 문명 기기에 압도되어 비(非)밀레니얼 세대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컨퍼런스룸 앞에는 모니터 한대가 전시돼 있었다. 이 모니터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AI의 ‘심문’을 받게 된다. 모니터에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얼굴 인식을 통해 이름을 비롯한 기타 정보가 모니터에 표시된다.

얼굴만 인식해도 각종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도 대규모로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범죄자를 색출해내고 물품도 구입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얼굴인식 시스템은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보편화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네이버는 사원증이 없어도 직원의 얼굴을 인식해 출입을 허가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클로바 하정우 리더는 “단 0.1초만에 인식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원증을 꺼낼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어 정교하게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AI는 얼굴 인식을 통해 개인의 신상 정보도 유추한다. [최종원 기자]
AI는 얼굴 인식을 통해 개인의 신상 정보도 유추한다. [최종원 기자]

현장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연희 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연희 담당자는 슈퍼브레인(KSB) 인공지능 플랫폼 'BeeAI'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원이다.

“AI 기술은 IoT, 빅데이터 등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제공하는 인프라에 AI 기술의 종속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연희 담당자가 대기업 주도로 이뤄지는 AI 기술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했다.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있는 AI, IoT, 빅데이터 등 각각의 기술은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융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고부가가치인만큼,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AI 기술이 구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공룡기업' 위주로 연구가 진행되는 이유이다. 이 담당자는 "대기업-중소기업 간에 AI 기술 격차가 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혁신과 규제 완화를 통한 보안 강화도 좋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인권이 존중된 상태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편의성은 증대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가 개인 데이터를 동의 없이 수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난 7월 IT 전문매체 더버지, 테크크런치 등 외신은 구글 직원이 AI 스피커를 통해 이용자 음성을 듣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구글이 일부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녹음본에는 매우 민감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구글 AI 스피커는 '오케이 구글'이라는 시동어를 말해야 작동한다. 그런데 기기의 오작동으로 인해 시동어를 말하지 않아도 녹음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었다. 구글 측은 녹음본으로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내용 중에는 개인정보가 드러나는 대화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은 지난 13일 '개인정보 보호법 등 '데이터 3법' 개정 논의에 대한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혁신적인 차세대 신기술은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것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기술의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원치 않게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 해소를 위해 특정 개인을 식별하기 어려운 '가명정보'로 가공하여 활용함으로써 신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특정 개인이 원치 않게 다시 식별되는 등 개인의 권리 침해를 완전히 방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현재는 고객 데이터를 클라우드 업체로 옮기거나 다른 업종의 데이터와 결합해 활용하는 일이 모두 불가능하다”면서 “고객에게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얼굴인식 시스템 개발자가 AI 인식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최종원 기자]
얼굴인식 시스템 개발자가 AI 인식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최종원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보안에 기여하는 경우는 많다. 컴트루테크놀로지 관계자는 "AI가 취약한 보안을 뚫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안 강화를 위해 쓰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서체학습을 통해 글씨를 쓴 사람이 누군지 가려내고, 서식학습을 통해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AI는 지문인식의 보안 강화에도 이용된다. 지문은 과거 강력한 보안수단으로 각광받았지만, 지문 위조를 통해 보안이 허술하게 뚫리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 각 기관들은 증명서의 지문 부분을 흐리게 하거나, 검게 칠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초 모든 금융사들에 고객 동의없이 수집한 지문정보를 폐기하라며 5년의 시한을 부여했다. 금융기관에서 본인확인차 신분증 앞, 뒷면을 복사하거나 스캔하면서 고객 지문정보까지 함께 수집해오던 관행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2월 31일까지 모든 금융사들은 지문파기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AI를 접목한 지문인식 기술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전국 지자체(제주, 동작구, 송파구 ,강동구 등)뿐만 아니라 공기업(국민연연금, 산업단지공단, 사학연금), 교육기관, 금융권, 헌혈 투명성을 위해 대한적십자사에서도 AI 인식 기술을 잇달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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