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세운상가에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찾다! '드론'과 오토마타 교육 현장
[현장르포] 세운상가에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찾다! '드론'과 오토마타 교육 현장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1.22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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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는 ‘도심 제조업의 기지’로서 여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최종원 기자]
세운상가는 ‘도심 제조업의 기지’로서 여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최종원 기자]

# 1968년 세워진 '세운상가'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로서 1층에서 4층은 상가, 5층부터는 주거공간으로 이용되며 1970년대까지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당시 유명인사들이 앞다투어 세운상가에 거주하였고, 1980년대까지 국내 최초의 종합전자상가로서 TG삼보, 한글과컴퓨터 등의 IT기업이 이곳에서 성장하였다. 하지만 용산전자상가의 등장으로 세운상가는 90년대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세운상가 전면 철거 계획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박원순 시장 이후 세운상가를 도시재생 사업으로 선정하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철거 계획은 전면 수정되었다.

세운상가는 ‘도심 제조업의 기지’로서 여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첫째는 여러 업종이 집약돼 있다는 것, 둘째는 몇 십년간 한 가지 분야에 종사해 온 기술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장 유망한 점은 청년창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옛날에 거주 목적으로 이용되던 세운상가 6층을 찾았다. 분위기는 꽤나 을씨년스러웠다. 외관은 낡은 복도식 아파트 같았는데, 각 방들은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스타트업 사무실이었다. 1~4층까지는 상가였고 5층부터는 창업 공간이 자리해 있다. 생각보다 현장의 환경이 좋지 않아 이곳이 정말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청년창업 중심지'인지 의문이 들었다. 

세운상가 6층에 위치한 창업 공간은 꽤나 을씨년스러웠다. 외관은 낡은 복도식 아파트 같았다. [최종원 기자]
세운상가 6층에 위치한 창업 공간은 꽤나 을씨년스러웠다. 외관은 낡은 복도식 아파트 같았다. [최종원 기자]

기자는 이곳에서 드론 등의 모빌리티(이동수단) 제작과 VR 기기를 개발 및 교육하고 있는 랩앤스튜디오 보리의 배현종 대표(52)를 만났다. 배현종 대표의 사무실에는 'Don't hesitate to create(창조에 망설이지 마라)'라는 문구가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드론과 같은 초대형 촬영장비를 제작하고, 시민이나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실시합니다."

배 대표는 서울시 지원으로 모든 교육이 무료이며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가 교육하고 있는 것은 '오토마타(Automata)'란 개념이었다. '오토마타'는 인간이 조종하지 않아도 기계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 로봇을 뜻하는 말이다.

오토마타를 이해하기 위해 앨런 튜링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앨런 튜링이 바로 지금의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에 대해 처음으로 주목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튜링은 1940년대에 이미 체스 를 두는 기계를 생각했고, 이것은 단순히 계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체스 두는 법을 학습하는 기계였다.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인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에 대해 70년 전부터 예기하고 있던 것이다. 

최근 오토마타 미디어는 목소리(voice) 인터페이스, 다시 말해 음성 이용자 인터페이스(VUI, Voice-User Interface)의 전형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포털뉴스의 뉴스 편집이나 넷플릭스의 장르 추천에서 더 발전된 형태이다. VUI는 인간과 기계적 시스템이 음성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것을 뜻한다. 

AI 스피커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인격적 특성을 가진 대화 당사자가 되고 있다. 오토마타 미디어는 인간과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세계의 사회적인 것(the social)을 생산하는 사회적 로봇(social robot)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인간과의 사교성을 내포하고, 인간의 외양을 닮으며 인간이나 동물의 성격을 표현함으로써 ‘의인화’되는 것이다. 

오토마타 미디어를 디자인하는 것은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 정보 손실로 인간 커뮤니케이터의 욕망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최대 관건으로 삼고 있다.

배 대표는 기자에게 실제로 동작하는 '오토마타' 기기를 보여줬다. 누가 조작하지 않아도 오토마타는 자신이 하는 일을 반복했다. 크기가 손바닥만할 정도로 작았는데, 자기 혼자 일을 뚝딱 처리했다. 배 대표는 "이건 교육용에 불과하다"며 "이것보다 대단한 기기들이 많다"고 자부했다.

사무실 한켠에 놓여있는 드론. [최종원 기자]
사무실 한켠에 놓여있는 드론. [최종원 기자]

영화촬영 감독으로 일했던 배 대표는 특수촬영장비, 촬영용 드론 같은 장비에 관심이 많았고, VR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을 세워 이곳에 입주했다. 배 대표는 다시 세운에 조성한 스타트업 공간인 ‘세운 메이커스 큐브’ 대표도 맡고 있다. 세운 메이커스 큐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세운상가를 도심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지로 만드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된 창작과 개발의 공간이다. 

그는 의약품 배송이라는 특수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드론을 보여주면서 "중국에서 만든 저가형 드론 때문에 한국 드론 시장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농사하는 데는 자주 이용되지 않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배 대표는 "농약 방제용으로만 한철 쓰이는데 정부 지원금이 없어 출혈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스타트업과 생태계 연계를 위한 판매, 납품, 개발 과정에서 협업을 하고 있었다. 가령 전자 회로를 제작할 때 옆 사무실에 있는 스타트업과 협업하면 확인 절차가 필요한 인터넷 주문보다 더 빠르게 개발이 이뤄진다. 

그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이 부르짖고 있는데, 대기업이 주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은 하이테크(고도의 과학을 첨단 제품의 생산에 적용하는 기술) 역량을 필요로 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비용과 여러 여건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밀기계와 3D프린터의 경우 가격하락이 이뤄져 예전보다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주도로 인건비와 기술개발비를 줄이는 것이다. 드론도 억을 호가하는 가격에서 몇천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환경 변화로 인해 혼자 일하는 '장인'들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보았다. 배현종 대표도 제조업에 인생을 바친 장인이었지만, 다양한 기술 전문가와 협업하면서 스타트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이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세운상가에서는 전통 제조업과 4차 산업이 잘 융합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배 대표가 생각한 '세운상가'의 비전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운상가 주위가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으면서 주말에는 (소란스러워서) 일을 하기 힘들다"며 "호랑이카페도 갈겸 세운상가도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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