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펀딩 없이는 유니콘 기업도 없다" 플랫폼 기업 꿈꾸는 스타트업들
[현장르포] "펀딩 없이는 유니콘 기업도 없다" 플랫폼 기업 꿈꾸는 스타트업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2.02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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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에 위치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간에는 퇴근 시간이 지난 저녁 7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최종원 기자]
선릉에 위치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간에는 퇴근 시간이 지난 저녁 7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최종원 기자]

평일 저녁 7시는 직장인들은 지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서둘러 퇴근하느라 분주할 시간이다. '지옥철'에 몸을 싣고 꾸벅꾸벅 졸거나 교통 체증에 마음을 졸일 시간. 그러나 기자는 지난달 29일 저녁 색다른 풍경에 놀랐다. 선릉에 위치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스페이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모인 사람들의 대다수는 '창업가'였고, 그 중에서도 '청년 창업가'가 대부분이었다. 개개인의 표정은 무덤덤했으나 현장 분위기는 뭔가 결연했다. 넓지 않은 강연장이 사람들로 가득 찼고, 강연장에는 작은 책상이 좁은 간격으로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쉬워 보였다.

"성공을 위해 라면 먹으면서 버티고 있어요. 호주에서 '배달의민족'과 같은 신화를 써낼 겁니다" 

기자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호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윤진수(31)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윤진수 씨는 호주 출신의 한인 교포여서 그런지 조금은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지만, 각오만큼은 비장했다. 

그는 "호주에도 한국에 준하는 배달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호주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영토 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국가이지만, 인구가 적어 배달 산업이 활성화되기 힘들다. 윤 씨는 "의욕이 타오르고 있지만 조금 더 시장 조사를 한 뒤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가 창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종원 기자]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가 창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종원 기자]

"프라이머(Primer)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을 발굴하여 기회를 제공하고 성공을 돕겠습니다"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가 단상에 오르자 굳어있던 분위기가 조금은 유해졌다. 권 대표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고 큰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지 창업팀의 성공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프라이머를 '돈 많은 주주를 보유한 돈 없는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했다. 프라이머는 유망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투자 엑셀러레이터 기관으로, 투자 외에도 멘토링, 데모데이 개최, 파트너 연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권 대표는 성과에 대해 "2010년 당시 번개장터에 2천만원을 지원해서 네이버 라인이 103억에 인수할 때까지 키워냈다"고 말했다. 이후 공룡 기업 '카카오'와 '네이버'를 때려치고 부동산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를 만든 심상민 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외부에 투자를 받지 않고 우리 돈으로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 융통성 있게 투자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년 1~2개 팀은 연매출 1000억 이상의 준(準)유니콘 기업이 됐다면서 "어쩌다 보니 자랑만 하게 됐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윤 대표는 "투자한 스타트업들 중에 잘 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10년간 191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그는 "투자를 받기 위해 재수하는 스타트업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트업과 2박 3일 워크숍을 가면 밤 10시까지 강의하고 새벽 2~3시까지 과제를 시킨다. 그리고 오전 9시에 숙제를 검사한다. 마지막 날에 맥주도 마시지만 밤 9시가 되면 다들 숙제를 하기 위해 방에 들어간다. (웃음)"

그가 말한 '워크숍'은 놀러 가는 여행이 아니라 공부하러 가는 '연수'였다. 새벽 2~3시까지 과제를 한다는 말은 스타트업의 살벌한 현실을 느끼게 하는 데 충분했다.

윤 대표는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투자는) 그냥 교육하면 꼰대라고 욕먹기 때문에 돈을 주고 잔소리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연이 끝나고 기자는 한 켠에 전시되어 있는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 팜플렛을 발견했다. 인터넷 공룡 구글(Google), 네이버, 카카오부터 O2O 기업 쿠팡, 배달의민족까지. 해당 기업들의 공통점은 독보적인 '플랫폼' 기업이며,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도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으니, 아이디어는 굉장히 중요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유니콘 기업과 IT기업들. [최종원 기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유니콘 기업과 IT기업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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