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중학교가 평생학습센터로 탈바꿈 '모두의 학교'는 시민들이 만든다
[현장르포] 중학교가 평생학습센터로 탈바꿈 '모두의 학교'는 시민들이 만든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19.12.04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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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방이 마련돼 있는 모두의 학교.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시민 누구나 요리교실에 참여할 수 있다. [최종원 기자]
공유주방이 마련돼 있는 모두의 학교.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시민 누구나 요리교실에 참여할 수 있다. [최종원 기자]

3일 오후 7시 경,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모두의 학교' 마루교실에는 중년 남성과 여성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까지 삼삼오오 모여 명상을 하고 있었다. 마루교실은 벽면이 거울로 채워져 있고 바닥은 마루로 돼있어 마치 연습실을 방불케 했다. 

바쁜 일상 속,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명상, 자연 만나기, 소마운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자발적으로 학교를 찾아왔다. 강의 이름은 '어쩌다 어른'이며 4050세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평생교육'의 일환이다.

계단에는 시민들이 모두의 학교에 바라는 사항이 차례대로 써 있었다. 시민들의 의견들은 실제로 반영되었다. [최종원 기자]
계단에는 시민들이 모두의 학교에 바라는 사항이 차례대로 써 있었다. 시민들의 의견들은 실제로 반영되었다. [최종원 기자]

"서로 배움, 새로 배움. 시민이 교육의 주인공이 되는 이곳은 '모두의 학교'입니다"

'모두의 학교' 운영 업무를 하고 있는 임지회 주임이 학교에 대해 짧게 소개했다. 그는 "45년 동안 이 자리에 있던 한울중학교가 이전하면서 빈 공간을 배움과 문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 모두의 학교가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질문에 임 주임은 '주체적인 학습자'를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모두의 학교는 시민들이 직접 가르치고 운영하는 '시민학교'와 삶과 세상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로 나뉜다"고 덧붙였다. 

임 주임은 "지금까지 학교라는 개념은 정해진 과목만 배우는 '수동적'인 색채가 강했다"며 "모두의 학교는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언제든지 신청할 수 있어서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두의 학교 1층에는 버킷리스트 카드를 작성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배우고 싶은 프로그램을 건의할 수 있다.

'모두의 책방'에 다양한 책들이 비치되어 있는 모습. 서재에 개인 책을 보관할 수도 있다. [최종원 기자]
'모두의 책방'에 다양한 책들이 비치되어 있는 모습. 서재에 개인 책을 보관할 수도 있다. [최종원 기자]

그의 안내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는데 '모두의 책방'이 눈에 띄었다. 모두의 책방은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대출이 안되지만, 작은 목소리로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자기가 읽던 책을 보관할 수 있다. 임 주임은 "누구나 개인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소망에서 착안해 시민들의 책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층 더 올라가니 미술창작 프로그램을 위한 미술가꿈교실, 녹화와 1인 방송 진행이 가능한 스튜디오, 유아 돌봄이 가능한 맘마방(수유실)까지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벽면 곳곳에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었고, 시민들이 '모두의 학교'에 바라는 사항을 담은 사진도 있었다. 

임 주임은 "미래에는 일하는 것보다 여가 생활이 중대하게 다가오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여가 시간의 대부분이 평생교육 시간으로 쓰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폐교가 늘어나고 있는데, 폐교를 유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도시재생 측면에서 정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최종원 기자]
누구나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최종원 기자]

임 주임은 모두의 학교가 위치한 독산동의 열악한 문화예술 실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동네 어르신들이 독산동에서 여가 생활을 즐길 만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모두의 학교를 놀이터 삼아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문화 가정 모임, 반려견 모임과 같은 공동체 사업은 모두의 학교에서 진행된다.

기자는 서울시 금천구에 대해 가산디지털단지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생각했다. 'G밸리'라고도 불리는 가산디지털단지는 미래 4차산업을 이끌 젊은 창업가들이 꿈을 꾸는 곳이자 청년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곳이다. 

하지만 평생교육의 바람과 더불어 독산동 일대에는 이미 도시재생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으로 선정된 독산동 우시장 일대 개발 전부터 이미 금천구는 모두의 학교라는 도시재생 우수사례를 보유하고 있었다.

모두의 학교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사진. [최종원 기자]
모두의 학교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 사진. [최종원 기자]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황미연 팀장은 "모두의 학교는 '서울은 학교다'라는 평생교육 취지 하에서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평생교육 실험실"이라며 "앞으로 서울시 전역에 모두의 학교를 더욱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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