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천% 사채라도 써야 할 판입니다."...대부업 몰락에 서민대출 절벽
"연 1천% 사채라도 써야 할 판입니다."...대부업 몰락에 서민대출 절벽
  • 박예은 기자
  • 승인 2019.12.01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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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4%서 2018년 24%로 법정금리 인하에 수익성 악화
8년새 대부업체 40% 문 닫아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다. 4일 서울 영등포 한 거리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다. 4일 서울 영등포 한 거리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30대 김 모씨는 얼마 전 불법 사금융 업체로부터 100만원을 빌리는 데 선이자 명목으로 33만원을 미리 공제하고 67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이후 매주 33만원씩 4번을 갚아 총 132만원을 상환했다. 연 1770% 이자를 부담한 셈이다. 김씨는 높은 이자를 내기 위해 다른 불법 사금융 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았고 빚의 굴레에 빠져 대부금융협회가 운영하는 소비자보호센터 문을 두드렸다.

이처럼 경영 악화에 빠진 대부업체로부터 외면받은 많은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업체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대부업계가 쪼그라든 주요 원인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2010년 44%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해 2월 24%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1만4014곳이었던 대부업체 수는 8310곳(지난해 말 기준)으로 줄어들었다. 불과 10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업체의 40%가 문을 닫은 셈이다.

24%의 최고금리는 대부업체가 100만원을 빌려줬을 때 24만원을 번다는 의미다. 높은 수익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수신 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나 개인에게서 자금을 조달한다. 통상 대형 대부업체들이 연 금리 4~5%, 중소형 업체들이 10~12%에 돈을 빌린다. 여기에 모집비와 관리비 등 운용비용까지 더하면 보통 24%에서 10%가 남는다.

게다가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차주 대부분은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라 부실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6등급 차주의 불량률은 1.82%이지만 7등급부터 6.29%로 올라간다. 10등급의 불량률은 33.03%에 이른다.

경기 악화로 높아진 연체율도 대부업체가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이유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대부업 개인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위 20개사 대부업체의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원리금 연체 30일 이상 기준)은 7.2%다. 2016년 상반기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5.0%였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손실로 처리하기 전 연체율은 1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저신용자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찾는다. 이곳에서도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에 손을 벌린다. 하지만 더 이상 대부업체도 저신용자를 받아주지 않는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015년 75만2000명이던 대부업체 이용 저신용자는 올해 상반기 1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대부업체에서 밀려난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을 기웃거린다. 올해 초 서민금융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이후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14.1%였다. 불법 사금융의 연 금리는 많게는 1000%에 달한다. 미리 이자를 공제하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불법 사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불법 일수(매일 일정 액수를 갚는 것)' 이자도 보통 연 100~200%다.

전문가들은 우선 대부업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 대부업을 인정하든지 대부업 대신 재정을 투입하라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업은 저신용자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맡기려면 대부업 자금 조달 길을 열어주거나 정부가 재정으로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대부업은 저신용 금융소비자의 소액 급전 수요를 충족하는 중요한 금융시장"이라며 "불법 사금융을 '채찍'으로 다스리는 대신 대부업엔 '당근'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대부업체에서 탈락한 서민들을 위한 정책서민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채무조정'에 대한 인식 전환 등 채무조정 연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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