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돈] "아이디어, 실패서 길을 찾다"...불량 신발창에서 탄생한 '지 셀 스펀지'
[아이디어가 돈] "아이디어, 실패서 길을 찾다"...불량 신발창에서 탄생한 '지 셀 스펀지'
  • 이호영
  • 승인 2019.06.03 0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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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전 과학자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접착제가 붙지 않고 자꾸 떨어지니 접착제로서 기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고통과 위기는 인간의 위대한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연구소 직원 '아서 프라이(Arthur Fry)가 이 접착제를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의 발명 역시 아주 사소한 곳에서 출발했다. 교회 성가대원이었던 그는 찬양을 부를 페이지에 종이를 꽂아 표시했는데 그 종이가 매번 떨어져서 다시 찾는 것이 번거로웠다고 한다. 그는 스펜서 실버가 만든 접착제를 이용해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종이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것이 곧 '포스트잇' 탄생으로 이어졌다. 

포스트잇 성공신화를 뒤따른 또 다른 이가 있다. 그는 '지 셀(Z-CELL)'이란 독특한 기술로 세계시장 문을 두드린 디엑스디 박장원 대표다. 박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운명을 바꿀 만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박장원 대표는 나이키사에서 근무했다. 운동화 생명은 아무래도 발에 충격을 덜 주고 장시간 활동해도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에 있으니 그의 주된 업무도 충격 흡수력이 높은 신발창 제조방법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기포가 많이 새긴 불량품 창(Sole)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창 내부에서 기포가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해서 발생한 것인데 기포들이 창 자체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폐기처분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 불량품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손에 들고 이리저리 관찰하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이 기포들을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이 기포를 이용해 신발창 충격 흡수력을 높이면 어떨까." 평소 스펀지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에 의해 평준화된 스펀지 사업에 새로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불어넣고자 혼신의 힘을 다해 제품개발에 나섰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박 대표는 오직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매달린 결과 새로운 소재를 첨가할 수 있는 발포 스펀지를 개발했다.

우연한 기회에 떠올린 아이디어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를 붙잡고 있었고 마침내 성공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줬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차세대 성형기술 '지 셀 제조기술'이다. 이것은 성형 몸체와 내부 공동체가 일체형으로 형성되는 가교발포성형체와 그 성형방법에 관한 특허다.

◇ "스펀지를 신고 걷다?"...'지 셀 스펀지'의 탄생

신발창 주된 재질은 합성수지다. 이것을 금형에 넣어 누르거나 열을 가하면 일정한 모양의 신발창이 만들어진다. 금형에 합성수지를 섞은 상태에서 열이 전달되면 합성수지는 가교과정(고분자 상호간 연결)을 거쳐 하나로 합쳐진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갑자기 압력을 제거하면 하나로 합쳐진 몸이 발포되면 팽창해 신발창이 만들어진다.

박 대표는 금형에 합성수지를 넣을 때 합성수지 사이에 특정 재료를 첨가해 합성수지 가교과정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면 신발창의 특정 재료가 있는 부분은 가교가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움푹한 곳(Cell)이 생긴다. 이를 이용해 발포성형제품 내부에 다양한 구조와 모양의 변형을 가능하게 한 '지 셀 스펀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지 셀 스펀지'는 기존의 기술과 달리 지금까지 제조가 불가능했던 발포성형제품 내부 다양하고 자유로운 모양의 변형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은 우선 무게가 가볍고 완충작용과 보온성, 방음효과가 뛰어나 신발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생활용품, 스포츠용품 등 모든 내장재에 두루 사용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소재나 제조공법에 상관없이 기술을 부여할 수 있어 광범위한 분야에 사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신발산업 이외에도 캠코더, 노트북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전자제품 완충용 케이스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종래 에어백의 한계를 극복할 키워드를 쥐고 있는지 셀 제조기술은 지금까지 정체 상태에 머물렀던 스펀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포스트잇의 발명과 박 대표의 신발창을 통해 알 수 있듯 때로는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실패가 좋은 기회로 다시 태어난다. 플레밍은 실수로 시야통 뚜껑을 닫지 않고 방치했다가 푸른곰팡이 페니실린을 발견했고 베네딕투스는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플라스크를 떨어뜨렸다가 유리가 흩어 지지 않는 것을 보고 안전유리를 발견했다. 지금 당신의 생각에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가.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 당신도 위대한 발명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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